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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1-26 20:03
"영원은 이승에서부터 시작" -매일경제 2003/10/20(월)
 글쓴이 : 최고관리자 (124.♡.0.82)
조회 : 2,312  
투병중인 구상시인 문예지에 ‘유언’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중환자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투병중이면서도 최근 ‘솟대문학’에 2억원을 쾌척했던 구상 시인(85)이 병상에서 쓴 유언과 자작시 1편을 문예지에 올려놓았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오늘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격월간지 한국문인(10.11월호)에 실린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자’라는 제목의 유언에서 시인은 “우리가 흔히들 영원이라는 것은 저승에가서 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이것은 큰 착각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이렇게 오늘을 살고 있다는 것은 곧 영원 속의 한 과정입니다. 우리는 흔히들 ‘저승에 가서 영원을 살지’하는데 그런 게 아니고 우리에게는 오늘이 영원 속의 한 표현이고 부분이고 한 과정일 뿐입니다.”

시인은 또 “솔직히 말씀드려서 인간 존재가 죽은 뒤 어떻게 될는지 하는 변용 자체는 우리가 모릅니다. 우리의 육신적 목숨이 시공을 초월한 영육간의 완성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어떤 과정과 변용을 거쳐 이루어지는냐 하는 것은 신비에 속한다고 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철진기자